1.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 한 소녀의 항거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 중 가장 인간적인, 그러나 동시에 가장 아픈 서술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3·1운동의 영웅 유관순 열사의 삶을 조명한 전기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침묵을 강요당하던 조선의 감옥 한 켠에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마저 짓밟히던 그 시대의 ‘존재’들이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를 증언하는 기록이다.
고아성은 유관순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단순한 상징이 아닌 ‘살아 있는 한 사람’으로 연기한다. 감정의 파도 위에서 억눌림과 결연함을 교차시키며, 그녀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이 감옥에서 무엇을 지킬 수 있었겠는가?" 그녀의 눈빛 하나하나에 담긴 고통, 침묵 속의 저항은 영화 전반에 묵직한 무게를 남긴다.
2. 감옥이라는 공간, 모성이라는 항거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는 함께 수감된 여성 수인들의 존재다. 이들은 각자 이름도, 배경도 다르지만 ‘억압받은 여성’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하나가 된다. 특히 수감 중 한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고, 그녀와 주변 수인들이 힘을 모아 아이를 돌보는 장면은 실로 울컥할 정도로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그 장면은 단순한 감동 코드가 아니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 생명을 지키려는 모성애, 그리고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려는 연대의 기록이다. 일제의 감옥이라는 비인간적인 공간에서조차 여성들은 생명을 향한 본능과 책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유관순 열사의 항거가 정치적 독립에 대한 선언이라면, 이 여성들의 존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대한 항거이다. 이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울며, 함께 아이를 지킨다. 그 순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짜 자유란 무엇인가?”
3. 상업적 흥행보다 깊이 남은 울림
흥행 측면에서 《항거》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애초에 흥행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었다. 개봉 당시 다수의 학교와 교육기관, 시민단체들이 단체 관람을 진행했으며, 상영이 끝난 후 이어지는 묵념과 기립 박수는 이 영화가 남긴 감정의 깊이를 증명한다.
리뷰를 남긴 관객들의 말에는 "목이 메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과 꼭 함께 봐야 할 영화",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관람은 단지 영상 소비가 아닌 ‘기억의 의식’이 되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감옥 안의 숨 막히는 억압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조용히 일깨운다.
4. 자유를 외친 목소리, 민중의 염원
"대한독립 만세!" 이 말은 영화 속에서 반복된다. 유관순의 외침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수많은 민중들의 핏속에서 울려 퍼졌던 절박한 소망이다. 영화는 이 구호를 전투적이거나 극적이지 않게 다룬다. 오히려 담담하고, 절제되어 있다. 바로 그 절제 속에 깊은 무게가 담겨 있다.
관객은 알게 된다. ‘만세’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행위였고, ‘침묵’은 살아남기 위한 저항이었다는 것을. 1919년의 조선은 그 자체로 감옥이었다. 이 속에서 민중은 독립을 ‘꿈’이 아닌 ‘필요’로 외친다. 그리고 유관순은 그 꿈의 화신이었다.
영화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유관순은 시대가 만든 우상이 아니라, 시대를 바꾸려 했던 살아있는 개인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한 사람의 목소리가 민중 전체의 염원과 만났을 때, 그것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진리를.
5.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묵직한 질문
《항거》는 단지 과거를 기억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자유로운가?" "그 자유를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희생과 항거의 결과다.
따라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를 지키기 위한 태도다. 역사 교육이 외면당하고, 자유의 가치가 퇴색될 수 있는 이 시대에 《항거》는 우리에게 ‘기억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임을 상기시킨다.
유관순 열사의 목소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여전히 그 외침 앞에서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영화를 보는내내 가슴이 너무 아파 다 보지도 못하고 3번의 시도 끝에 겨우 다 본 영화.
여러분의 마음속에서는 이 영화의 울림이 어떻게 느껴졌는가요